<왓치맨>그래픽노블만의 특색

Posted at 2009/02/21 14:48 // in 일반 그래픽노블/그래픽노블 정보 // by 궁극의 힘

스나이더가 뭘 만 들지 궁금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2008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 중에서

잭 스나이더는 300을 감독했던 사람이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난 책300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은 더 명확해진다. 300은 인종차별과 동성애혐오 같은 편견으로 가득찬 어리석은 작품이다. (알란 무어 다운 거침없는 표현이군요) 물론 사람들은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며 영화를 감상하진 않는다. 어쨌든 300은 내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 작품이었다. 80년대에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 : 브라질, 12몽키즈, 그림형제 등의 감독)' 감독이 나에게 왓치맨의 영화화에 대한 견해를 물은 적이 있다. 난 그 때 이렇게 대답했다.  '나라면 절대 영화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왓치맨에는 오직 만화로만 가능한 표현이 담겨 있다.  나는 다른 미디어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만화만의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 알란 무어

왓치맨이 가진 만화만의 표현방식 중에 대표적인 것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첫 째는 균등한 직사각형으로 지면을 분할한 아홉 개의 패널입니다. 물론 반드시 아홉 개라는 법칙이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중간에 패널이 합쳐지기도 하고, 최후의 대참극이 펼쳐지는 장면에 가서는 지면을 분할하지 않은 채로 지면 전체에 참혹한 장면을 크고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닥터 맨하탄 같은 거인을 묘사할 때는 세로로 세 개의 패널을 합친 길쭉한 패널을 만들기도 하고, 실크스펙터와 나이트아울의 정사장면 같은 곳에서는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나타내는 듯이 직사각형은 더욱 잘게 쪼개어집니다. 이런 지면구성은 마치 영화같은 이야기 전개를 가능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두번째는 각 권의 표지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은 각 챕터의 첫장면 중에서도 특정한 물건을 아주 크게 확대하여 그렸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영화의 오프닝 같은 곳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방법인데요. 이런 표지 그림을 통해서 작가는 독자를 만화책의 세계로 초청을 합니다. 표지는 각 챕터의 첫 패널의 연장선상에 놓여있고, 독자는 맨 처음 표지를 넘기고 장을 넘겨 첫 패널로 빨려들어갑니다. 이것은 마치 독자가 속해있는 바깥의 현실세계와 만화 책 속의 다른 차원의 세계를 이어주는 차원포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이 만화책에 줄곧 등장하는 로어셰크의 대칭된 얼굴입니다. 벽면에 비쳐지는 그림자나 로어셰크의 가면에 나타나는 문양 등은 영화적으로 재현이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오직 만화책만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표현방식이 있습니다.

표지는 현실과 만화의 경계 

왓치맨의 각 챕터의 표지는 만화 첫패널의 연장으로 독자가 현실에서 만화 속으로 들어가는 차원포탈의 역할을 합니다.

9개의 직사각형이 가지는 힘

위의 그림은 로어셰크가 코메디언이 죽은 건물 위로 줄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도시를 비추는 달빛, 조용한 밤거리. 버려진 살해현장.. 대사는 한마디 없지만 각 패널로 차례로 시선을 옮기면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이런 것이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마치 영화장면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갖고 전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코미디언이 몰라크의 방안에 찾아와서 술주정을 하는 것을 침대에 누워있는 몰라크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것입니다. 어두운 방안을 밝게 했다 어둡게 했다 하면서 창문을 통해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불빛은 창 밖에 있는 간판의 조명이 점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불빛의 점멸은 코미디언이 혼자서 스스로를 책망하다가 또 위로하다가 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과 잘 어울립니다. 두 개의 지면을 펼쳐놓고 보면 18개의 패널은 마치  밝고 어두운 사각형이 교차된 체스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체스판의 말처럼 자신의 삶의 진짜 주인이 되지 못하고 남에게 떠맡긴 채 살았던 코메디언의 인생을 보는 듯합니다. 체스말로 친다면 코미디언은 뭐 정도 될까요? 킹이나 퀸은 아닌듯 합니다. 그가 체크메이트를 외칠 순 있을까요? 만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킹의 체크메이트를 위하여 가장 먼저 버려진 말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이런 지면 구성은 영화로는 불가능한 것이겠죠

공포의 좌우대칭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주는 '로르샤흐 테스트' 

이것은 오지만디아스가 암살자의 기습을 당하는 장면입니다. 챕터5에 등장하는 장면인데요. 챕터5의 제목인 '공포의 좌우대칭'이라는 말처럼 양쪽의 지면이 서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왼쪽 지면에선 암살자가 오지만디아스에게 총알을 쏘며 공격을 하구요. 반대로 오른쪽 패널에서는 오지만디아스가 암살자를 패대기쳐버립니다. 가운데의 패널은 절묘한 좌우대칭을 이룹니다. 오지만디아스가 하늘위로 높이 치켜들고 있는 황금의 봉은 가운데에서 정확하게 좌우 대칭이 되고, 아래쪽 황금 스핑크스의 빛나는 얼굴은 피를 토하며 거꾸러지는 암살자의 비쩍 마른 얼굴과 대칭을 이룹니다. 그림이 작기 때문에 잘 안보이겠지만, 아래쪽 물에 반사된 스핑크스의 얼굴과 암살자의 얼굴도 대칭. 뒤쪽에는 또한 '브이'라는 글자도 좌우대칭입니다. 이것은 작가가 독자에게 던져주는 일종의 '로르샤흐 테스트'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로르샤흐 테스트는 그것을 보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서 그 모양이 바뀝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어떨 땐 승리의 V로 보이기도 하고, 어떨 땐 뒤집혀진 A. 즉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나이 오지만디아스의 화려한 모습에서 세상의 앞날을 걱정하는 슈퍼영웅의 고뇌를 읽기도 하지만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암살자의 얼굴에서 오지만디아스의 또 다른 얼굴을 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뭐가 보이시나요?
 

이 포스트에 인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DC 코믹스에 있습니다.
http://www.dccomics.com/dcu/

참고 :
 http://www.alanmooreinterview.co.uk/ 
www.ew.com 2008년 7월 16일자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알란 무어와의 인터뷰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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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cctets

    2009/02/23 04:19 [수정/삭제] [답글]

    애니메이션을 전공으로 해서 레이아웃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연출을 보니 소름이 돋네요..물론 설명을 안해주셨으면 넘어갈 뻔 했지만..전 이런 숨겨진 내용을 담은 화면들이 정말 좋습니다.

  2. DreamLord

    2009/02/23 12:22 [수정/삭제] [답글]

    "공포의 좌우대칭"은 가운데 2페이지만이 아닙니다. 챕터5의 1페이지와 28페이지, 2페이지와 27페이지 등을 비교해보면 챕터5 전체가 좌우대칭으로 구성되어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 전체를 봐도 빨간 액체가 떨어진 스마일 표시로 시작하고 끝남으로써 좌우대칭을 이루고있고요.

  3. 레오

    2009/02/23 12:59 [수정/삭제] [답글]

    정말 미국만화 읽다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그림읽기'가 곳곳에 숨어있죠...
    브이 포 벤데타의 경우도 대사와 그림의 매치가 대단하고 말입니다.
    왓치맨 표지의 정체도 처음엔 스마일 배지에 떨어진 피로 생각했지만...

  4. BlogIcon 박기동

    2012/01/11 12:32 [수정/삭제] [답글]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5. BlogIcon 원숭이

    2012/01/12 21:06 [수정/삭제] [답글]

    큰 최고야, 당신은 날 계몽있다

  6. BlogIcon Kaitlyn

    2012/03/28 18:37 [수정/삭제] [답글]

    저는 유대인 음식만 먹습니다.

  7. BlogIcon 케이트

    2012/04/03 17:56 [수정/삭제] [답글]

    저를 어디로 데려가십니까?

  8. BlogIcon 엘리자베스

    2012/04/06 04:22 [수정/삭제] [답글]

    혼자 내버려 두십시오.

  9. BlogIcon 사라

    2012/05/08 20:10 [수정/삭제] [답글]

    저를 어디로 데려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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