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과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

Posted at 2009/08/10 22:56 // in 그래픽노블 특집 // by 부머




먼저 터미네이터 이야기부터 하자. 터미네이터는 미래에서 과거로 온 살인로봇. 그러니까. 미래에 인류의 지도자가 되어 로봇들의 골치거리가 되는 인류의 영웅 존 코너의 탄생을 사전에 막음으로써 로봇들의 세계정복을 완성한다는 목표로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존 코너의 어머니인 사라코너가 살아남은 것은 물론 미래에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온 존 코너의 부하와 동침하여 존 코너를 잉태한다는 머리복잡한 설정까지 이어지면서 올해로 4탄까지 나오게 되었다. 지금이야 첨단 기술의 홍수 속에서 실사에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으로 로봇들을 만들어내지만 1편이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로봇을 실재로 만들어서 썼는데, 영화 속에서 사라코너를 죽이기 위해 몸뚱아리가 반쪽이 난 상태에서도 끈질기에 쫓아오는 터미네이터의 모습, 붉게 빛나는 해골눈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터미네이터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야기가 '백 투더 퓨처'에도 나온다. 주인공이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직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던 때에 도착한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어머니가 과거로 온 주인공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태어나게 하려면 자신에게 반해버린 어머니의 관심을 어떻게 해서든지 아버지에게로 돌려야할 처지에 놓인다.

시간여행의 연구자인 '킴 S 손 교수'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런 것은 그냥 SF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간여행 연구에서도 '모친 살해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즉 내가 과거로 여행을 떠나서 내 어머니를 죽임으로써 나를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만들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에서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터어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일부러 살해를 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패륜이 되는 것이니 아주 우연하게 어쩔 수 없이 저질렀다고 하자.) 내 모친이 될 여인을 살해한다고 한다면. 그렇게 되면 나는 당연히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결코 과거로 날아가서 내 어머니를 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벌써 이 이야기 자체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인과율이 깨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임머신은 결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모친살해의 역설이 아인슈타인의 것이라면 킴 손 교수는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것은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다. 나는 집안에 앉아있고, 아내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나의 집안과 아내의 우주선 선실 안에는 아주 작은 초소형웜홀이 있어서 나는 아내와 그 웜홀을 통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상태다. 아내의 우주선이 우주로 쏘아올려지고 나는 아내의 우주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아내의 우주선은 19시간을 여행해서 지구로 돌아왔다.(19시간 정도를 손을 잡고 버티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흘 밤낮을 키스를 했다는 기네스 기록도 있다는 소릴 들었으니) 그런데 우주여행으로 인한 시간차가 생겨서 그 사이 지구에 있던 나는 이미 20년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렇다면 웜홀 속에 있는 손은 어떻게 될까. 지구로 돌아온 아내는 20년이 늙어버린 나의 얼굴을 보고 있다. 하지만 웜홀 속에서 그녀가 잡고 있는 나의 손은 여전히 출발한 지 19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젊은 손. 나에게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해서 시간여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내는 웜홀 안에서 과거의 나의 손을 잡고 있다. 늙은 나는 아내가 손잡고 있는 웜홀 속으로 들어가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 반대로 그 너머에 있는 젊은 나 역시 웜홀을 통해 미래의 나를 만나러 올 수 있다. 웜홀은 쌍방향으로 이동가능하니까 이런식으로 시간여행을 해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 얻은 결론은 웜홀은 사람들이 그것을 작동시키려고 하는 순간에 자체적으로 파괴되어 버린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설명이 복잡하지만 웜홀을 열어두면 이를테면 빛과 같이 수많은 다른 것들이 오고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 같은 것이 생겨나 웜홀이 유지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붕괴되어버린다는 이야기다. 

어찌되었든 과학에서는 여전히 미제의 문제로 남아있으나 SF의 세계에서 시간여행은 너무나도 익숙한 소재이다. 터미네이터 이야기를 뒤집어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과거로 돌아가서 골치거리 영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서 골치거리 악당을 죽여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이를테면 최악의 대마왕 '매그니토'가 악에 눈뜨기 전에 그를 미리 제거한다면?
 
'엑스맨,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는 바로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암살을 실행에 옮길 인물은 찰스 새비어의 아들 '데이빗 찰스 홀러' 코드명은 '리전'
 

'리전'이 새비어의 아들이라고 했는데, 그 이름은 '홀러'라는 성을 쓰고 있다. 이 성은 모친인 '가브리엘 홀러'의 성을 다른 것이다. 가브리엘 홀러는 이스라엘의 정신치료 시설에서 새비어와 만났다. 이 시설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을 치료하는 시설로, 여기에서 새비어는 초능력을 사용해 생존자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데이빗이 태어났지만 홀러가 그 사실을 숨겼기 때문에 새비어는 아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데이빗은 어린시절 테러공격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상황에서 뮤턴트의 초능력을 각성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일가. 데이빗은 엄청난 초능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인격적으로 비뚤어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인격을 흡수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그에게 일종의 다중인격 장애 같은 증상을 가져왔고, 쉐도우 킹이라는 악당에게 인격을 잠식당해 나쁜 일에 악용당하기도 하였다. 쉐도우킹에게 조종당할 때에 데이빗은 '데스티니'라는 뮤턴트를 살해하기도 했다.
 
훗날 데이빗은 제정신을 차리고 아버지인 새비어 교수를 도와서 인간과 뮤턴트가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데. 그를 위해 과거로 돌아가 매그니토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아직 악당이 되기 전의 매그니토를 공격해 죽이는 것 쯤은 쉬웠을 터. 하지만 그가 간과했던 것은 매그니토가 악이 되기 전에는 새비어와 뗄 수 없는 절친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매그니토를 죽이려면 자신의 아버지인 새비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꼬이고 꼬여서 죽어야 할 매그니토 대신에 그만 절친 매그니토를 보호하려던 새비어가 죽고 만다. 아버지 새비어가 죽자 리전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다. (모친 살해의 역설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이제 여기에서 새로운 시간대 즉, 새비어가 생존해 있는 우주와 평행하게 새비어가 죽은 우주가 생성된다. 평행우주가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서 본래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리전'을 따르던 시간여행을 하는 뮤턴트 '비숍'이다.

그러나 리전과 새비어의 희생은 헛되지는 않았다. 절친의 죽음으로 매그니토는 죽지 않았으나 대신 인간과 뮤턴트의 공존에 대한 새비어의 믿음을 계승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편 이 싸움을 지켜보던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불사의 악당 '아포칼립스'였다. 아포칼립스는 새비어가 죽은 이 때야말로 그가 세계 정복에 나설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게 되었다. 정상적인 마블 유니버스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아포칼립스가 전쟁을 시작하였고 매그니토는 엑스맨을 규합하여 아포칼립스에 대항한다. 아포칼립스는 북 아메리카 전역을 장악하고 수백만의 인간을 학살한다.

비록 악당이긴 했지만 매그니토와 새비어가 선악의 균형을 유지하며 지금껏 이어왔던 우주가 아포칼립스의 등장으로 완전히 붕괴되어 처참한 상황에 이르기 직전이 된다. 이 일을 막을 유일한 열쇠는 '비숍'만이 쥐고 있다. 비숍은 시간 왜곡이 발생하기 이전으로 다시 시간여행을 떠난다.

(마블 코믹스의 메인 유니버스는 '어스-616'이며,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는 '어스-29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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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형그니닷

    2009/08/11 19:57 [수정/삭제] [답글]

    설명 잘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이것도 정발해줬으면 좋겠네요..

  2. 매친넘

    2009/08/18 20:25 [수정/삭제] [답글]

    국내 정발 페이지에 있는거 보니까 정발해 주는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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