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신 시바 - 버진 코믹스
[버진 코믹스. 인디아 오센틱 시리즈 5편인 시바의 커버는 무서운 전사의 이미지. 파괴신의 모습 그대로다.]
파괴와 재생이란 말은 서로 반대되는 단어로 이해된다. 하지만 동시에 파괴라고 하면 그 뒤에 오게 될 새로운 재생을 떠올리고, 재생이라는 단어 속에는 '다시 태어남' 그러니까 먼저 한 번 죽음 또는 한 번 파괴됨의 의미가 들어있다. 힌두 신화의 시바신은 파괴와 재생의 신이다. 실상 인도에서 시바신은 너무나도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괴와 재생의 신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그가 가지고 있는 수없이 많은 속성들 중의 하나다.
인도의 최고신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상식은 브라흐마는 창조를 담당하고, 비쉬누는 창조된 세계를 유지하는 역할, 그리고 시바신은 그 세계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시바신이 세상을 파괴할 때에는 본래의 푸른 몸(푸른 몸이라고 하니 헐크가 연상이 되는데, 인도의 신들은 대체로 몸이 다 푸르다.)이 검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힌두신들이 나중에 불교신화의 신들로 변환될 때에 시바신은 '대흑천(大黑天)'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시바신의 한자식 이름은 대흑천 외에도 '부동명왕'이라든지 '자재천'이라든지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그 중에서 대흑천이라는 이름이 그의 파괴적 속성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고 볼 수 있다.
영화 해리포터에 보면 마왕 '볼드모트'가 등장하는데,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금기시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볼드모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금기는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금기 가운데에 하나다. 시바신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폭풍의 신 루드라가 대표적이다. 루드라는 힌두의 토착신으로 폭풍의 신이며 파괴와 공포를 몰고온다. 우리나라에선 태풍이라고 부르지만 북미에는 허리케인 인도에는 사이클론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사이클론의 엄청난 파괴력과 그것이 몰고오는 무시무시한 재앙을 생각한다면 루드라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람들은 폭풍의 신 루드라를 '마령(魔靈)'. 쉽게 말해 '마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마령의 이름을 부르면 반드시 마령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루드라의 이름을 절대 입밖으로 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루드라는 태풍과 파괴의 신인 동시에 '의술'의 신. 즉 '치유'와 '회복'의 신으로 숭배되기도 했다. 그는 '은혜'의 신이었다.
이번에 대히트를 친 영화 '해운대'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것처럼 쓰나미가 몰고간 참혹한 현장에도 '희망'이 다시 싹트고 새로운 재건의 활기가 넘쳐나며 사람들 사이에 유대와 사랑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파괴의 뒤편에는 새로운 창조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관념은 아주 오랜 옛날 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본질상 창조와 파괴는 하나인 셈이다.
시바에 관해서 전해져오는 이야기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까 브라흐마 비쉬누 시바 세 신 가운데 어느 편에 서서 이야기를 썼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시바신을 최고로 여기는 시바신파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는 상당히 코믹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아직 시바신은 세상에 없고 브라흐마와 비쉬누 둘만이 있었는데, 하루는 브라흐마와 비쉬누가 서로 자기가 이 우주를 창조했노라고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두 신의 논쟁이 격해졌을 때 우주를 꿰뚫는 거대한 '남근'이 등장한다. (인도에서 시바는 남성의 상징. 남근의 상징 같은 것으로 아주 자주 등장한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남근에 서로가 창조주라고 주장하던 두신은 순간 정신이 멍했다. 하지만 곧이어 두 신 사이에 짧은 눈빛 교환이 있더니 브라흐마는 백조로 그 모습을 바꾸고 날개짓을 하며 남근의 위쪽으로 끝없이 올라갔다. 그리고 비시누는 멧돼지로 모습을 바꾸어서 남근의 땅바닥을 향해서 열심히 파고 들어갔다. 역시 창조신들인지라 그 스케일도 엄청나게 커서 그짓을 자그마치 천년동안 계속한다. 그 남근도 얼마나 컸던지 천년동안 끝에 다다를 수가 없었다. 결국 지친 두 신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약속이나 한듯이 이 거대한 남근이야말로 자신들보다도 더 위대한 존재라고 결론내리고 그 앞에 '형님!'하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 때에 그 남근이 시바로 변하여 우리 셋은 본래 하나였노라로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비시누파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번엔 신들의 논쟁이 아니라 현자들의 논쟁이다. 브라흐마 비시누 시바 중에 누가 가장 위대한 신인가를 놓고 현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는데, 이 때에 시바는 아내인 빠르와띠와 노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현자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누구 좋으라고 뼈빠지게 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관심조차 없는 시바에게 열받은 현자 브리구는 그만 위대한 신 시바에게 저주를 걸어버린다. 일개 현자가 신에게 저주를 걸었는데 그게 통했다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그 저주는 더욱 기상천외했으니 '당신은 아무리 잘나봤자 성기형태로만 숭배를 받을 것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말대로 인도에서 시바신은 '링가'라는 성기형태로 숭배되고 있다.
위에서 시바의 아내로 소개한 빠르와띠는 코끼리 머리를 가진 신인 '가네샤'의 어머니다. 시바신이 어찌나 밝혔던지 빠르와띠가 목욕을 할 때도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목욕할 때만큼은 혼자만의 상쾌함을 즐기고 싶었던 빠르와띠는 아들인 가네샤를 목욕탕 앞에 경비로 세웠다. 시바는 어김없이 빠르와띠를 찾아서 목욕탕 까지 왔고, 그 앞을 가네샤가 막아섰는데. 시바는 가네샤가 빠르와띠의 아들인 줄도 모르고 그와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이름하여 목욕탕 입성작전. 가네샤가 어찌나 싸움을 잘했던지 시바 혼자로는 역부족인지라 비쉬누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목욕탕을 뚫으려 갖은 애를 쓴 끝에 결국 시바는 가네샤의 목을 자르는데 성공한다. 그 대 목욕을 끝낸 빠르와띠 탕 밖으로 나오고 죽은 아들을 보고 대성통곡을 한다. 그제서야 시바는 사실을 알고 시종들을 부르는데. '가네샤의 목을 붙여줘야겠으니 가서 제일 처음 목격하는 놈의 머리를 얼른 가져오너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그놈이 코끼리였던 바람에 가네샤는 코끼리의 머리를 달고 되살아나게 된다. [8월10일 작성자 부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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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1 20:55 [수정/삭제] [답글]
이런 황당한 인도신화가 코믹스로 제작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