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저작권 분쟁 뒷이야기.

Posted at 2009/11/02 10:32 // in 그래픽노블 특집 // by 부머

마스터맨(Master Man)



캡틴마블이 탄생한 이듬해 마스터맨(Master Man)이라는 캐릭터가 창조됩니다. 1940년 3월 1호가 발간된 마스터코믹스(Master Comics)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마스터맨에 대한 설명을 보면 캡틴마블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강의 영웅 마스터맨! 야생마처럼 힘세고! 거센 바람처럼 빠르며! 사자보다도 용감한! 지혜로운 갤러드(아더왕의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처럼 고결한 기사 마스터맨! 세상의 기적! 나약한 소년은 현자에게 받은 마법의 알약을 먹고 마스터맨이 되었다! 그 알약에는 인간에게 알려진 모든 에너지원이 농축되어 있었다! 소년은 지구 최강의 용사가 되었다! 그는 가장 높은 산 가장 단단한 바위에 기지를 지었고, 악의 세력을 찾아내 그들을 물리쳤다!"


마스터맨은 비행능력은 없었지만 엄청난 힘과 속도가 있었습니다. 캡틴 마블과 마찬가지로 슈퍼맨이 딴지를 걸기에 좋은 캐릭터였습니다. 결국 내셔널 코믹스의 소송 위협으로 인해 6호만에 중단되어버렸습니다. 

캡틴 마블 탄생기



[캡틴 마블이 창작자 C.C 벡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는 그림]

포셋 출판사에 코믹스 부서가 신설된 것은 1939년이었습니다. 내셔널 코믹스가 슈퍼맨과 배트맨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해였죠. 포셋은 작가인 빌 파커(Bill Parker)를 스카웃해 내셔널에 필적할 슈퍼영웅들을 창작하려 했습니다. 처음 그들이 계획한 책의 이름은 '플래시 코믹스(Flash Comics)'였습니다. 빌 파커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여섯 명의 슈퍼영웅으로 구성된 영웅팀이었습니다. 이것이 현실화되었다면 최초의 영웅팀으로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DC 최초의 영웅팀이라고 할 수 있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Justice Society of America)가 등장한 것이 1940년 12월이었으니까요. 포셋의 책임 디렉터인 랄프 다이(Ralph Daigh)는 여섯 영웅을 하나의 영웅으로 합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섯 영웅의 능력을 한데 모아 '캡틴 썬더(Captain Thunder)'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1974년 DC 코믹스에서 현실화시킨 캡틴 썬더. 썬더라는 주문은 '샤잠'과 달리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주문이라 마법의 벨트라는 아이템을 추가했다. 벨트의 버클을 만지면서 주문을 외워야만 캡틴 썬더로 변신이 가능하다. 소년의 이름은 캡틴 썬더. 모히칸 족의 주술사에게 능력을 부여받았고 각 능력도 썬더라는 이름을 풀이해서 재미있게 집어넣었다.]

캡틴 썬더를 담당하게 된 화가는 '찰스 클라렌스 벡(Charles Clarence Beck)'입니다. 보통은 C.C 벡이라고 부릅니다. 벡은 1933년부터 포셋 코믹스에서 발간되는 펄프 매거진의 그림을 그리던 화가였습니다. 코믹북 역사에서는 캡틴 마블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어찌됐든 이렇게 잡지 이름과 주인공 이름이 결정이 됩니다. '플래시 코믹스'와 '캡틴 썬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이미 누군가가 쓰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입니다. 포셋은 '플래시 코믹스' 가 안되면 '스릴 코믹스(Thrill Comics)'로 하고 싶었으나 그것도 이미 사용되는 이름이었기 때문에 결국 '휘즈 코믹스(Whiz Comics)'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됩니다. 캡틴 선더도 마찬가지로 이미 사용되는 이름이었기에 '캡틴 마블'로 변경합니다


[휘즈 코믹스]

'캡틴 마블'을 그리기 위해서 모델로 삼았던 실존인물은 배우 '프레드 맥머레이(Fred MacMurray)', '캐리 그랜트(Cary Grant)', '잭 오아키(Jack Oakie)' 등이었습니다. 

[왼쪽부터 맥머레이, 그랜트, 오아키]

소년 주인공인 빌리 뱃슨(Billy Batson)이라는 이름과 캡틴 마블의 '캡틴'이라는 타이틀도 원조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포셋 출판사의 설립자인 윌포드 포셋(Wilford H. Fawcett)의 별명인 '캡틴 빌리(Captain Billy)'에서 따온 이름이었습니다. 

캡틴 마블이 첫등장한 것은 1940년 2월 휘즈 코믹스(Whiz Comics) 2호였습니다. 그 인기는 엄청나서, 메리마블, 캡틴마블 주니어등 다른 캐릭터들을 탄생하게까지 하였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캡틴 마블에 상당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레인 던디(Elaine Dundy)의 엘비스 프레슬리 전기인  '엘비스 앤 글래디스(Elvis and Gladys: 글래디스는 앨비스의 어머니 이름)'에 따르면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는 캡틴 마블 주니어에게 영감을 얻어서 자세나 헤어스타일, 가슴의 빛나는 문양등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의 전기 엘비스와 글래디스]

 

윌포드 포셋과 포셋 출판, 켄트 포셋과 캡틴 빌리


[윌포드 포셋(1885-1940)의 '캡틴 빌리의 휘즈 뱅(Captain Billy's Whiz Bang)]

윌포드 포셋은 1919년에 포셋 출판사를 설립합니다. 그는 16살에 집을 뛰쳐나와 군인이 되어 미서전쟁(스페인-미국 전쟁)에 참전. 필리핀으로 가게 됩니다. 

미국 스페인 전쟁은 1895년에 쿠바인의 스페인 본국에 대한 반란에서 비롯된 전쟁이었습니다. 그 시발은 설탕관세로 인한 경제불황이었습니다. 쿠바와 스페인의 분쟁에 미국이 개입한 것은 경제적 이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쿠바에 투자했던 많은 미국인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황색 저널리즘'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퓰리처의 '뉴욕월드'와 허스트의 '뉴욕저널'이 발행부수 경쟁을 하며 구독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과장보도를 해대기 시작했고, 미국 내의 전쟁찬성 분위기를 부추겼던 것입니다. 미국내의 정치적인 이권도 개입을 합니다. 대통령 후보자는 쿠바독립을 공약으로 내걸었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미군함정 한대가 격침되는 사건이 발생해 전쟁이 시작되었는데요. 스페인의 식민지가 세계 전역에 있었던 만큼 전쟁 역시 세계적인 규모로 확대되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이었습니다. 1898년 파리조약으로 쿠바, 필리핀, 푸에트리코, 괌의 지배권이 스페인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죠.



[왼쪽이 퓰리처, 오른쪽이 허스트]

필리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 미네소타로 돌아온 윌포드 포셋은 '미네아폴리스 저널(Minneapolis Journal)'의 기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1914-1918) 기간에 다시 군으로 돌아가 육군 대령으로 복무합니다. 기자 경력이 있었기에 군 출판부를 담당했던 그는 1차대전이 끝난 후 군 출판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잡지를 창간합니다. 그것이 바로 '캡틴 빌리의 휘즈뱅'이었습니다. 이 잡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포셋 출판 제국이 탄생한 것입니다. 

'캡틴 빌리'는 윌포드 포셋의 군대 시절 별명이었고, '휘즈뱅'은 포탄을 뜻하는 말입니다. 자기 잡지의 타이틀로 군시절 별명을 넣을 만큼 그는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잡지 안에 자신의 군복입은 사진을 수록하고 이런 문구를 새기기도 했습니다. '이 잡지는 미서전쟁의 베테랑이 편집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군인들에게 바칩니다.' 총 64페이지의 다이제스트 사이즈의 이 잡지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1923년 연간 42만 5천부를 판매, 50만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포셋출판사는 1930년대 내내 승승장구했고, 1940년대에 윌포드 포셋은 세상을 떠납니다. 아들인 로스코 켄트 포셋(Roscoe Kent Fawcett)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슈퍼영웅물은 켄트 포셋에 의해서 탄생하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켄트 포셋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코믹스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서 작가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습니다. '일단 슈퍼맨을 만들어라. 하지만 주인공은 열한두살쯤 되는 아이로 해라.' 그에게 캡틴 마블과 빌리 뱃슨은 아버지인 윌포드 포셋, '캡틴 빌리'의 이름을 붙일 만큼 큰 애정을 품고 있었던 캐릭터였습니다.

캡틴 마블과 슈퍼맨 소송 

1941년 9월 내셔널 코믹스가 포셋의 캡틴 마블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그 때로부터 자그마치 7년간의 절차를 밟아서 공판이 시작된 것은 1948년이 되어서였습니다. 내셔널은 캡틴 마블이 슈퍼맨을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포셋은 유사성은 인정하지만 두 캐릭터의 데뷔 시점은 18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본적인 플롯부터 컨셉(주인공이 어른이 아닌 어린이라는 점, 과학이 아닌 마법에 기초한 힘)이 모두 다르다는 근거를 들며 독자적 저작권을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판결이 나오는데요. 캡틴 마블이 표절인 것은 인정하지만 내셔널에는 권리가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내셔널이 패배한 셈이 됩니다. 

당연히 내셔널은 항소하였고, 여기에서 판결을 뒤바꾸게 됩니다. 캡틴 마블은 표절이며 내셔널의 저작권 주장은 유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판결이 난 때가 1953년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자그마치 12년을 끌었죠. 하지만 판결이 그만큼의 효용을 가져오지도 못했습니다. 1953년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슈퍼히어로물의 인기도 급감하고 있던 시대였으니까요. 전쟁에 질릴대로 질린 사람들은 애정물과 모험물을 더 선호했습니다. 더이상 홀홀 단신으로 적군의 악당들을 물리치는 슈퍼영웅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포셋은 더이상 재판비용을 댈만큼의 이윤을 캡틴마블에게서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포셋은 캡틴 마블을 버리기로 결정. 내셔널과 합의합니다. 합의금으로 40만 달러가 지불되었으며, 캡틴 마블 관련 코믹스는 모조리 출판이 중지되었습니다. 

C.C 벡과 캡틴 마블. DC와의 악연

1939에 코믹스 부서가 신설되자 C.C 벡은 '빌 파커'와 함께 캡틴 썬더의 화가로 배정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캡틴 썬더는 캡틴 마블이 되었고, 휘즈 코믹스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죠. C.C 벡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아 올랐습니다. 벡은 1941년 10년 가까이 몸담고 있던 포셋에서 독립해서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리고 캡틴마블의 그림을 공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캡틴 마블 저작권 분쟁이 발생했고, 더이상 캡틴 마블을 그려선 안된다는 판결이 나오자 벡은 광고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전업합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에 '인간 비행접시 팻맨(Fatman the human Flying saucer)'라는 작품으로 코믹북으로 복귀를 하는데요. 그의 복귀작인 팻맷은 그 이름만큼 뚱뚱하고 특이한 능력의 캐릭터이긴 했지만 그 외모와 코스튬은 캡틴마블의 그것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코스튬 자체로만 보면 캡틴 마블의 녹색버전일 뿐인 팻맨]

C.C 벡은 1973년에 DC코믹스가 샤잠!(Shazam!)이라는 이름으로 캡틴마블을 부활시키면서 복귀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이 벡 입장에서 보면 DC는 자신의 아들 캡틴 마블을 죽였던 원수였다는 것입니다. 어찌됐든 DC는 벡에게 캡틴 마블 부활의 책임을 맡기고 샘플 제출을 요청받는데요. 벡은 자신에게 그리라고 전달된 시나리오가 워낙 조악하여 크게 낙심합니다. 예전에 그가 그리던 캡틴 마블은 더이상 없었던 것이죠. 벡은 시나리오 문제를 놓고 편집자인 편집자 줄리어스 슈왈츠(Julius Schwartz)와 다투었고, 10회를 끝으로 DC를 떠납니다. 

벡이 쓰레기라고 불렀던 그 시나리오는 캡틴마블이 젤리를 먹고 산타클로스와 만나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DC의 편집자인 브리드웰(Bridwell)은 벡이 책임 아티스트가 안된다면 객원으로라도 참여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벡이 원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그것을 직접 써서 제출해 보라고 제의합니다. 만약 그것이 편집부에서 승인만 된다면 그릴 수 있다고 하자 벡은 그 제의를 수락합니다. 자존심이 두번이나 뭉개지면서도 캡틴마블을 그리고픈 열망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벡은 '캡틴 마블 악의 화신과 싸우다(Captain Marvel Battles Evil Incarnate)'라는 시나리오를 써서 보냅니다. 하지만 DC는 그의 스토리를 받고도 6개월이나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한참 뒤에야 벡에게 대본이 보내졌는데, 그것은 편집자에 의해서 완전히 새롭게 쓰여진 이야기였습니다. 벡의 눈에 그것은 벡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유치하게 변형시킨 형편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세번 째 자존심이 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벡은 그것을 그려보려고 일단 펜을 손에 쥐어봅니다. 하지만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린 캡틴 마블은 벡의 캡틴 마블이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그는 참았던 분노를폭발시키고 그림을 모조리 찢어버린 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들고 DC를 찾아가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욕을 퍼붓고 돌아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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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가박당

    2009/11/02 13:04 [수정/삭제] [답글]

    재미있는 내용이네요.

    캡틴 마블을 볼 때마다 속인 텅 빈 녀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저런 배경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확실히 다른 히어로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에 맞는 캐릭터로 탈바꿈하는데, 캡틴 마블은 여전히 5~60년대 히어로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요.

  2. BlogIcon 다이나모

    2009/11/02 20:18 [수정/삭제] [답글]

    캡틴 마블 보면서 어쩐지 익숙한 이미지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캡틴 마블에서 캐리 그랜트의 얼굴을 읽었던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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