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위가 아닌 그들의 옆에서 일하는 것

Posted at 2010/01/20 18:09 // in DC 슈퍼히어로/그래픽노블 정보 // by 아로니안


 영웅들은 그들의 업적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습에서도 위대하고 대단합니다. 우리를 범죄와 재앙으로 부터 구원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들을 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그들에게 압도됩니다. 더군다나 완벽하게 아름답고, 착하며, 강력한 영웅이라면 우리들은 그들에게 압도되고, 영웅들은 세상과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원더우먼은 일명 "남자들의 세계"로 보내진 테미스키라(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외교단입니다. 테미스키라는 인간 세상과 단절된 공간으로 전사와 철학자, 자연과 문명, 육체와 영혼이 완벽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신들이 창조한 테미스키라는 신전 같이 매우 경전하고 아름다운 사회로서 자연 환경도 아름답고, 문명도 뛰어나며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완벽한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히폴리타에 의해 창조된 다이애나는 외교관을 뽑는 대회에서 우승하여, 남자들의 세계로 보내집니다.   

 원더우먼이라는 이름으로, 다이애나는 수도 없이 많은 생명을 구했으며 정의를 지켰습니다. 인질극을 손 쉽게 막았고, 강도들을 붙잡았으며, 화재로 위험해진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구했고, 야생동물들을 잡으려는 군인들을 붙잡고는 야생동물들을 풀어주었습니다. 코스튬을 입은 천재 수퍼빌런들로 부터 테러를 막았으며, 열차 탈선사고를 막아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건 사고에 원더우먼은 인류를 지켰고, 정의를 알렸습니다. 
 원더우먼은 테미스키라에 가서 자신의 업무를 보고하며 약간이지만 휴식을 취합니다. 테미스키라에서 엄마인 히폴리타에게 자신의 외교활동을 보고한 원더우먼은 "선택이 자신의 기준대로 이루어지며 논리나 박애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 인간의 논리"에 대해 어렵게 설명합니다. 논리적이고, 사랑을 중요시여기는 테미스키라에서, 가장 지혜로운 히폴리타에게는 이해가 불가능한 개념이었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원더우먼은 독재자부터 자유를 외치는 평화시위자들을 공격하려는 독재정부에 테미스키라의 외교관으로서 방문합니다. 유혈충돌을 막고, 인내심을 갖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설득하러 간 원더우먼은 그곳에서 공개적으로 냉대 받습니다. 곧 탱크가 평화시위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원더우먼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며 소녀를 깔아뭉개려는 탱크를 막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오히려 겁을 먹습니다. 소녀에게 원더 우먼은 탱크만큼이나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이죠. 
 이번 사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원더우먼은 저번 열차 탈선 사고에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는 커녕 두려움의 눈빛을 주로 받았기 때문이죠. 후에 원더우먼은 국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면서 국민들을 전쟁에서 인간방패로 삼는 적국 독재자를 막기위해 현장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되려 현장의 주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합니다. 그 지방의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흐린 하늘 위에 나타난 전투복을 입은 아마존"의 모습은 그 곳 사람들에게 진실을 찾으려는 영웅의 모습보다는 그녀를 신으로 압도시켰기 때문이죠. 무섭고 인정할 수 없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존재가 된 그녀에게 던져지는 돌들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원더우먼에게는 돌들이 아무것도 아니었으나, 그녀의 마음은 부끄럽고, 아프게 됩니다.  
 원더우먼은 수퍼맨을 찾아갑니다. 수퍼맨처럼 클라크 켄트라는 신분을 갖고있지 않는 원더우먼은 수퍼맨에게 "왜 클라크로도 살아가는거야? 매일 수퍼맨으로만 살아간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수퍼맨은 "클라크 켄트는 내 진짜 모습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모습을 소중하게 생각해. 사람들이 날 받아들여줬잖아."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수퍼맨은 "능력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지만,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알게 해 주는 수많은 다른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라고 다이애나에게 따뜻하게 말해줍니다. 
 다이애나와 칼-엘은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신만큼 강력하며, "크립톤"과 "테미스키라"라는 인류와 인간사회에서 고립된 전혀 다른 공간에서 왔습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는 것 역시 동일합니다. 그러나 그 둘이 인간과 같이 숨쉬는 방법은 다릅니다. 칼-엘은 크립톤에서 지구의 농장으로 왔고, 원더우먼은 테미스키라에서 인간 세상으로 외교관으로서 왔습니다. 농장에서 농부의 아들로서 지구의 자연과 인류와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칼-엘은 "클라크 켄트"라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잘 압니다. 그는 지구에 가장 잘 적응했으며, 인간들이 자신과 같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을 볼 때의 두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수퍼맨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지상은 정말 아름답지만, 그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은 하루 앞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어. 우선 순위가 다른거지. 사람들은 자기 운명을 제어하고 싶어하고,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야.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고, 특히 사람들이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좋은 의도가 오히려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지. 다들 너무나 아름답고 강한 당신의 단점 없는, 완벽한 모습에 압도되고, 거기에서 세상과 마찰을 빚는 부분이 나오는 거야. 중요한 건, 수퍼맨과 원더우먼이 인간과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된다는 거야. 나는 사람들의 위가 아닌 그들의 옆에서 일하는 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

 원더우먼은 그 뒤, 원더우먼이라는 코스튬을 벗고 한 여성으로서 인류에 참여합니다. 지뢰 제거 단체에 가입하여 지뢰가 사람의 목숨을 너무 쉽게 빼았을 수 있는 장치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는데요, 지금까지 영웅으로 활동했기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혹, 알고 있었더라도 절실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다이애나는 코스튬을 입은 외교관이 아닌 군사 정보부의 일개 사병으로 국민을 인간방패로 삼는 사막 국가로 되돌아오고, 상황을 목격한 뒤에, 국민들을 위협에 빠트리려는 군부대를 한 여성에서 원더우먼으로서 처치합니다. 전사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코스튬을 벗고 원더우먼으로서 활동한 것입니다. 원더우먼은 인질들을 풀어줍니다. 일부는 인사를 했으나, 대부분이 침묵한 채 빠져나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원더우먼 스스로도 그 이상 기대하지 않은 것이죠. 새로운 관념이 이해되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기회도 남아있고, 아마존의 외교관이자 한 전사인 다이애나에게는 그런 승리만으로도 족했습니다. 
 원더우먼은 깨닫습니다. "보편적 관념에서의 인류를 이해하기 어려운 완벽한 공간인 테미스키라"에서 온 자신이 그동안 인류를 "전사"로서, "완벽한 모습"으로서만 구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인류를 이해하기 전에, 자신이 간섭해야 하는 존재로 본 것이죠. 인류가 자신을 두렵게 본 이유 역시, 수퍼맨의 말처럼 "그녀가 전사로서 인류를 그들의 옆이 아닌 위에서 보았기에" 인류와 공존하지 못하고, 이질적인 완벽함을 창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완벽함은 공존을 깨트리고 그녀를 신으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평화의 여신이며, 전사이고, 영웅이자 신적인 존재인, 어느 하나만으로는 다가 갈 수 없는 원더우먼은 끝내 코스튬을 벗고, 사회를 "남자들의 세상"이 아닌 "사람이 사는 세상"으로 평가하며, 그 사회의 일원으로 보통 세상과 영웅의 세상이라는 두 세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힘을 얻게 됩니다. 
 코스튬을 벗고 한 여인으로서, 다이애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올려다보는 세상은 그리 멋있지는 않지만, 더 큰 감동이 있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나는 언제나 원더우먼일 것이다. 운명은 언젠가는 오직 아마존의 공주만이 해결 할 수 있는 힘겨운 상황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 때가 오기 전까지는 난 이름 없는 평범한 여인으로 사랑을 베풀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 무기는 사랑의 마음, 숨겨진 것 같지만 모두가 가지고 있는 그 따스함에 대한 믿음이다. 여기가 남자들의, 아니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의 내 자리이다." 

 과연, 볼수록 매력있는 작품입니다. 알렉스 로스의 위대한 작화 덕분에 책을 한장 한장 넘기는 것이 화보집을 보는 마냥 대단한데, 내용마저 충실하고 좋으니 감동이 가득 밀려옵니다. 쪽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여서 살짝 구매가 망설여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원더우먼이라는 어쩌면 지나치게 완벽해서 정 떨어지는 케릭터를 다시한번 볼 수 있는 기회로서 충분히 가치있지 않나 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원더우먼을 수퍼맨만큼이나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고, 아무리 빅3라 해도 너무 완벽하고,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정이 떨어졌었는데 이 작품으로 예전의 관심과 흥미를 되찾았기 때문이죠. 
 등장인물이 적어 입문자분들에게도 알맞으며, 액션은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공감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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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오

    2010/01/23 01:29 [수정/삭제] [답글]

    작화도 맘에 들고 내용도 맘에 들겠군요. 스포의 위험이 있을법한 문장은 건너 뛴...ㅋ 필구목록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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