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컴]희망은 두려움에서 솟아날 때 가장 밝게 빛난다

Posted at 2009/03/11 12:33 // in DC 슈퍼히어로 // by 부머

희망은 두려움에서 솟아날 때 가장 밝게 빛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리라! : '킹덤 컴(KINGDOM COME)'

- Mark WAID & Alex ROSS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 절대 일어날 일이 없지만..또 언젠간 일어날 지도 모르는... 다 그렇지 않은가?'
 
이 구절은 '왓치맨''브이포벤데타'의 작가인 알란무어가 실버에이지 시대의 슈퍼맨의 마지막에 관해서 쓴 '내일의 사나이에게 무슨 일이'에 기록한 문구입니다. 알란무어는 이 짤막한 이야기에서 위대한 영웅 슈퍼맨이 죽고 10년이 지난 뒤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어느 여름날의 오후. 미국 중서부의 조용한 소도시. 시내가 비칩니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종종걸음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표정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희망으로 빛이나고 있었으며 때때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그리움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누굴 그토록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킹덤컴'
역시 더이상 슈퍼맨이 활동하지 않는 세상이 배경입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내일의 사나이에게 무슨 일이'에서 슈퍼맨은 죽었으나 '킹덤컴'의 슈퍼맨은 세상을 등지고 은둔생활을 10년동안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전자의 슈퍼맨은 위기에 처한 인류를 그의 마지막 목숨을 다해 지켜낸 위대한 영웅으로 기억되었다면, 후자의 슈퍼맨은 인류를 버린 자로 기억됩니다. 이제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며, '진실''정의' '미국적 방식'을 수호하던 슈퍼영웅은 잊혀져버렸습니다. 대신에 그 한사람의 영웅을 대신할 많은 영웅들이 탄생합니다. 바로 '메타휴먼'이라고 불리는 신인류입니다.

 

[메타휴먼]

 

마블 코믹스에 나오는 '뮤턴트'같은 돌연변이들인 셈인데,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뮤턴트들이 인간으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지만, 킹덤컴의 세계에서는 메타휴먼들이 인류 위에 군림합니다. 아마 매그니토가 이 소식을 들었다면 박장대소를 하며 반가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도 마블의 '시빌워'를 있게 만들었던 '스탬포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킹덤컴'에서도 일어나는데요. '스탬포드'사건이 뭐냐하면 어설픈 슈퍼히어로들이 나름대로의 정의심 반, 그리고 매스컴을 타고 세계에 자기 이름이 알려지는 공명심 반으로 해가지고 TV 카메라 들고 악당을 잡겠다고 설쳐대다가 악당이 폭주해버리는 바람에 초등학교 하나를 통째로 폭파시켜버린 대참사입니다. '진실'과 '정의'를 수호한다는건 말뿐이지 실제로는 공명심만 쫒다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일이 벌어지게 되니까 아이언맨 같은 인물들이 나서서 이제 슈퍼히어로들의 마스크를 벗기고 신분을 밝혀서 제대로 활동을 하게 해야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슈퍼히어로가 쓰고 다니는 '마스크'의 의미에 대해서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가지고 싸움을 벌이게 되었는데요.



'킹덤컴'에서도 이 '스탬포드' 사건에서처럼 '메타휴먼'들끼리 쌈질을 하다가 그만 핵폭발을 일으켜버립니다. 이 사건에 가담했던 인물 가운데 '캡틴 아톰'이라는 슈퍼히어로가 있는데요. DC 코믹스 슈퍼영웅 중에서 상당히 강한 히어로입니다. '왓치맨'에 나오는 전지전능한 초인 '닥터 맨하탄'이 바로 이 '캡틴 아톰'을 모델로 만들어진 인물인데, '캡틴 아톰'은 그의 몸 자체가 엄청난 원자력 에너지로 이루어진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그의 몸이 적에 의해서 갈갈이 찢겨버리고 맙니다. 당연히 몸이 찢기면서 엄청난 원자력 에너지가 밖으로 방출되면서 핵폭발이 일어나죠.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슈퍼맨의 고향인 스몰빌이 있는 '캔사스'지방입니다. 외계에서 온 소년 슈퍼맨이 '켄트'가문의 일원으로 자라면서 비록 그의 능력은 '크립톤인'이지만 그의 내면은 '인간'인 '클락크 켄트'로 훌륭하게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곳. 멀리 지평선이 아득하게 펼쳐져있고 낮동안 아버지와 함께 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다가 황혼 무렵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지는 태양을 보면서 아름다운 지구에 대한 사랑을 키웠던 그 곳은 이제 방사능으로 오염된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캔사스의 재앙]
 
'메타휴먼'의 증가는 지구를 더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골칫거리만 늘려버렸습니다. '저스티스(JUSTICE)'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 '리전오브 슈퍼히어로즈'가 모습을 잠시 비칩니다. '리전'이라는 말은 '군단' '무리'라는 뜻입니다.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이 모여서 힘을 합쳐 지구와 우주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킹덤컴'의 세계에서는 메타 휴먼을 '리전 오브 빌런즈'라는 말로 표현을 합니다. 그들은 영웅 무리가 아닌 악당 무리. 법을 넘어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는 자들이 아니라. 법 위에서 군림하는 무법자들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예외는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름대로 충실하게 열심히 정의를 수호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바쁜 인물이 바로 '플래시'입니다. '킹덤 컴'의 '스핀오프'라고 해야되나. '킹덤컴' 플래시 편이 있는데, 거기에 보면 플래시가 세상을 구하느라 어찌나 바삐 뛰어다니는지 플래시가 살고 있는 키스톤 시티는 범죄가 일어날 틈이 없습니다. 플래시는 항상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서 플래시는 가족을 잃어버리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슈퍼히어로가 쓰는 마스크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히어로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DC 코믹스에서 가장 먼저 코스츔을 입은 인물은 바로 '샌드맨'입니다. '샌드맨'에는 두 종류의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원조 슈퍼히어로 '샌드맨'이 있고, 닐 게이먼이 창조한 불노불사의 존재 '엔들리스'의 일원인 '꿈의 제왕' 샌드맨이 있습니다. 우리가 코스츔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샌드맨은 전자입니다. 그는 양복을 입고 머리에는 중절모를 쓰고 손에는 수면가스가 든 권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에는 가스마스크를 썼습니다. 혹시 눈치 챈 분도 있을 지 모르지만 '킹덤컴'은 샌드맨으로 시작해서 샌드맨으로 끝이납니다. 맨 첫장면의 '심판의 날'에 관한 환상은 병들어 얼굴이 해골처럼 비쩍 마른채로 침상에서 투병하고 있는 샌드맨 '웨슬리 다즈'의 환상입니다. 그의 옆에는 킹덤컴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노먼 멕케이' 목사가 앉아있습니다.

 

[샌드맨]

 

이 첫장면의 웨슬리의 모습은 '왓치맨'의 '로어셰크'를 연상시킵니다. '왓치맨'에서 로어셰크는 비록 나이는 젊지만 여기 침상의 웨슬리 다즈같이 비쩍 마르고 초췌한 몰골에 누더기를 걸치고 길거리에서 'The End is Nigh(종말이 다가온다!)'는 푯말을 들고 서 있습니다. 마치 곧 쓰러질듯 어깨는 축 처져있고, 눈은 초점을 잃고 어딘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종말이 다가온다! 이건 계시다! 바벨론이 무너진다! 웨슬리는 쿨럭거리며 이렇게 외칩니다. 그의 눈에 그를 붙들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가스마스크를 쓴 샌드맨처럼 보입니다. 멕케이가 성경을 읽어내려갑니다.

 

"고린도 전서 15장 50절. 형제들아 내가 이것을 말하노니, 혈과 육은 하나님 나라를 이어받을 수 없고 또한 썩는 것은 썩지 아니하는 것을 유업으로 받지 못하느니라.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 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되리니...." 멕케이는 여기까지 읽었지만 그 다음에 그가 마지막으로 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절에는 단지 마지막날에 관한 메시지 이상의 말씀이 있습니다.

 

"54절.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사망을 삼키고 이기리라고 기록된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이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실하며 흔들리지 말고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앎이라."
 
킹덤컴의 에필로그는 슈퍼맨과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후에 밖으로 나가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식당 내부에서 식당 밖으로 나가는 세 슈퍼영웅의 뒷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왼쪽과 오른쪽 식당의 벽에 장식물이 걸려 있는데요. 왼쪽에 샌드맨의 모자, 가스마스크, 장갑, 그리고 가스총이 액자에 담겨 걸려있고, 오른쪽에는 'New Fun (뉴펀 코믹스)''WHIZ(윗츠 코믹스)' 액자가 걸려잇습니다. 윗츠 코믹스에 캡틴 마블이 그려진 것을 볼 수가 있구요. 마지막 패널까지 등장하는 뉴펀 코믹스는 1935년 만들어져서 최초로 슈퍼히어로들을 등장시킨 만화잡지인데요. 슈퍼맨을 그린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도 뉴펀 코믹스에서 데뷰를 했습니다. 뉴펀 코믹스는 뒤에 'More Fun(모어펀 코믹스)'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그 안에 등장하던 '스펙터'나 '닥터 페이트'같은 슈퍼히어로들은 전부 'Adventure Comics(어드벤처 코믹스)'로 이사를 시킵니다. 어드벤처 코믹스는 바로 샌드맨이 처음으로 코스츔을 입었던 바로 그 만화책입니다. 히어로들을 어드벤처 코믹스로 모두 이사시킨 뒤에 뉴펀 코믹스는 순수 유머 만화잡지로 내용을 꾸며나갔습니다. 맨 마지막에 슈퍼맨이 이런 말을 합니다. '미래의 꿈을 꿔야지!' 그리고 왼쪽에 샌드맨의 코스츔이 있고, 오른쪽에 뉴펀 코믹스 표지가 있습니다. 꿈을 꾸고 환상을 보던 영웅 샌드맨은 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전설을 기억하고 그의 뒤를 이은 수많은 영웅들이 그가 못다꾼 꿈과 환상을 보기 시작합니다. 정말 재미있지 않습니까. 왓치맨도 비슷했습니다. 피묻은 스마일 버튼으로 시작했던 왓치맨은 케찹이 묻은 스마일 버튼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에필로그]
 
DC만화책들은 여러가지 다양한 엠블렘을 박고 나오는데요.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된 이야기 흐름에서 벗어난 다른 세계를 그린 이야기에는 '다른 세계'라는 이름의 엠블렘을 달아줍니다. 말 그대로 'ElseWorld'가 되는데. '킹덤컴'은 엘스월드에 속합니다. DC의 슈퍼히어로들의 주무대는 수많은 멀티 유니버스상에서 주로 '지구1'과 '지구2'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지구1''지구2'에서는 작가들이 제약을 받습니다. 중심 이야기나 설정을 이탈해서는 안되는거죠. 하지만 엘스월드는 작가가 주인공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을 죽이건 살리건도 작가의 마음이고, 그들의 관계나 성격, 코스츔 등도 작가가 원하는대로 해 놓을 수가 있습니다. 배트맨이 흡혈귀로 나오거나 슈퍼맨이 공포의 독재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게 엘스월드의 최대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슈퍼히어로들은 새로운 인물로 새로운 은유로 거듭 태어납니다. 때문에 킹덤컴은 슈퍼맨과 배트맨과 캡틴마블과 수많은 다른 슈퍼히어로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그려낸 스펙타클한 히어로 만화를 넘어서서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은유를 깔고 있습니다.

 

[그가 돌아왔다!]

 

킹덤컴의 커버그림을 보면 DC의 최고의 슈퍼히어로인 '슈퍼맨' '캡틴 마블'이 서로를 향하여 크로스 카운터를 날립니다. 그 위에선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각각의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격돌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 나타나 있지 않은 킹덤컴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노먼 멕케이'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작가인 '알렉스 로스'의 아버지인 '클락 노먼 로스'를 모델로 삼아서 그려진 인물입니다. 킹덤컴 부록에 보면 '노먼 로스'의 실제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성만 멕케이로 바꿨을 뿐이지 노먼 로스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게 바로 '노먼 멕케이'입니다. 직업도 똑같이 목사입니다. 알렉스 로스의 환상적인 그림. 이게 킹덤컴을 읽게 하는 하나의 매력이기도 하고, 또 커버에서 볼 수 있듯이 슈퍼히어로들간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도 매력이기도 하지만, 킹덤컴이 갖고 있는 최고의 매력은 이 책이 '신앙''믿음'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입니다. 킹덤컴은 굉장히 종교적인 만화입니다.
 
파멸에 임박한 세계. 앞서 메타휴먼이 일으킨 사고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런 파멸을 자초한 것은 실상은 인간이 아니라 '초인'들입니다. 이 점이 자칫 이 이야기는 우리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인 것 같이 느껴지게 만듭니다. 종말의 이야기들을 보면 인간이 저지른 죄악이나 인간이 저지른 실수에 의한 징벌과 죄사함의 스토리가 등장하는게 당연한데 여기엔 인간이 아니라 타락한 초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하지만 킹덤컴의 서문에 여기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메타 휴먼'은 발전된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가리킵니다. 오늘날 인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트기를 타고 하루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고, 잠수함을 타고 깊은 심해로 내려갑니다. TV와 컴퓨터를 통해서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마치 슈퍼맨 처럼요. 그리고 때로는 자연을 마음대로 컨트롤하기도 합니다. 얼마전 올림픽 때는 떼돈을 쏟아붓긴 했지만 어쨌든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만들게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100년 안에 이루어진 엄청난 성과들입니다. 100년 전의 인간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우리가 초인처럼 보이겠죠. 신인류 '메타휴먼'은 바로 우리인 셈입니다.
 
이제 타락한 메타휴먼들의 모습이 뭔가 매치가 되지 않습니까. 중간에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나오는데요. 다시금 인류 앞에 나타난 슈퍼맨은 저스티스 리거들을 대표해서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없는 동안 메타 휴먼이라는 신인류가 나타났습니다. 스스로를 '히어로'라 칭하면서도 생명을 구하거나 약자를 보호하려 들지 않는 거대한 무리... 커다란 능력을 남용해 온 자경집단...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책임을 부인하는 자들 말입니다.' 슈퍼맨의 모토는 '진리'과 '정의'와 '미국적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슈퍼맨 영화에서 로이스레인이 슈퍼맨한테 '왜 이곳에 왔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습니다. '나는 진리과 정의와 미국적 방식을 지키러 왔습니다.' 다음 패널에서 슈퍼맨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그들에게 진리와 정의의 의미를 가르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미국적 방식이라는 말은 빠졌지만, 그는 진리와 정의를 다시 되살리겠다고 말합니다.
 
그가 추구하는 진리(Truth)는 주관적 의미의 소문자 truth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의미의 Truth 입니다. '내가 바로 진리다!'라고 하면서 커다른 능력을 남용하는 '자경집단'은 이 글귀를 보고 떠오른 나라는 한 곳 밖에 없습니다. 꼭 국가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삽 속에 진리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한국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메타휴먼' 아니 '머슴휴먼'도 떠오르네요. "그들은 더는 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 노먼 멕케이가 메타휴먼들을 보며 한 말입니다.
 
신인류가 등장하고 이상한 광기가 자라나고, 세상은 10년동안 모습을 비추지 않던 슈퍼맨의 힘과 영향력이 절실한 시대가 됩니다. 희망이 사라져버린 세상에 신의 사자 '스펙터'가 파송되었습니다. 본래 스펙터라는 히어로는 범죄자를 뒤쫒다가 죽은 형사의 영혼이 신에게 선택되어 만들어진 슈퍼히어로입니다. 그래서 저승사자의 이미지도 강했는데요. 그 모습은 꼭 저승사자 같긴 하지만 역할 자체가 신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신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 세상에 보내어진 천사의 역할을 합니다.

 

[희망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실망한 목사 노먼 멕케이는 스펙터의 면상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고함을 지릅니다. '당신은 천사잖아요! 당신은 희망의 전달자에요! 위대한 능력자께서 당신을 보내셨잖아요! 당신의 존재가 바로 믿음의 증거라고요! 그런데 당신이 한다는 말은 고작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자들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입니까?' 여기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자들이란 메타휴먼들이 창궐한 세계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신(슈퍼맨을 비롯한 저스티스 리거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노먼은 스펙터에게 계속 이렇게 묻습니다. '왜 당신은 이 비극에 개입하지 않습니까. 왜 당신은 이 비극을 멈추려 하지 않습니까' 신의 뜻이라는 것은 비록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 할 지라도 종국에는 그것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방향으로 나가게 되는데요. 멕케이는 그런 신의 뜻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신들에 의해 버려진 세상. 정의의 신들. 슈퍼히어로들에게 버림받은 세상입니다. 불지옥으로 끝나는 종말에 대한 멕케이의 환상은 그대로 실현이 될까요?

 

그런데 그 앞에 마치 하늘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하듯이 슈퍼맨이 나타납니다. 슈퍼맨이 그리스도에 대한 은유로 종종 그려집니다만 킹덤컴에서는 더욱 확실하게 그려지는데요. 폭주하는 메타휴먼들을 막으며 10년만에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난 슈퍼맨을 올려다 보며 노먼 멕케이는 이런 독백을 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가 하늘에 서 있다. 믿음은 보답을 받았다. 그가 돌아왔다...그리고..' 그러나 메시아가 재림했다고 해서 심판이 보류될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이 죽고, 도시가 파괴됩니다. 마지막날의 환상은 그대로 실현이 됩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야 선이 회복되고 질서가 다시 섭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세상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 등장인물들도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독자들도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게 바로 묵시록적인 세계가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슈퍼맨의 재림]
 
왜 개입하지 않느냐고 묻는 노먼에게 스펙터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알아두어라 노먼, 준비가 되어야 한다. 기록되었으되 하나님을 두려워하라. 그에게 영광을 돌리라. 심판의 날이 올 것이다.' 여기에 계시록의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신의 계획이죠. 우리의 눈으로 볼 때는 세상이 지옥에 던지워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입니다. 왓치맨에서처럼 언제 핵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환경파괴로 인하여 지구가 죽어갑니다. 종말은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 피조물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성경의 종말론은 이것을 이야기합니다. 종말은 예정되어있다 할 지라도. 하나님의 사랑은 절대로 피조물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창조하시고 구원하시죠. 역사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성경에서 그 시작이 '창조'였다면 그 종말은 피조물들의 '구속(구원)'입니다. 결국 모든 일은 선한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슈퍼맨의 슬픔이 폭발합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자신이 인간에게서 등을 돌릴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노먼 멕케이는 흔들리던 믿음을 다시 회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희망과 종말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모든 것이 종말되도록 계획되어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희망이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한 가지 더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이끌기 위한 계획이 그 속에 있다'고 하는 건데요. 이게 요한 계시록의 메시지입니다. '킹덤컴'은 이 메시지를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풀어나간 우화인 셈입니다. 

 

[종말]

 

종말론을 눈에 보이는데로 '종말'이라고 생각해버리면 오해가 생기게 됩니다. 그것이 인간의 눈에는 종말로 보일지라도 우리를 선한 곳으로 인도하는 길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대부분 '종말'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굉장히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종말을 그립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누가 더 끔찍한 종말의 세계를 보여주는가에 집중을 합니다. 거기서 주인공의 역할이란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원하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항상 '선택된 자'입니다.  이번에 4편이 제작되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터미네이터 '존 코너'가 그러하고 '엑스맨'의 또 하나의 이벤트였던 '메시아 콤플렉스'도 그러했습니다. '선택받은 아이'가 존재하고 그 선택받은 아이가 '메시아'로 각성하게 될 때까지 그를 지켜주는 '수호자'들이 또 존재합니다. 수호자와 선택받은 아이는 모든 것이 불타버리고 폐허가된 세계를 방황합니다. 인류를 재건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희망을 전하죠. 여기에는 선한 성품을 갖고 있으며 인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있는 그 누군가가 선택되고 온 세상이 불타는 종말의 시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평화와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세계를 다시 회복시킬 것이라는 꿈이 담겨있습니다. 그 새로운 세계는 바로 'New Earth' 새로운 지구. 새 하늘과 새 땅. 다시말해 천국입니다. 천국은 살아있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입니다.

 

 

"난 그에게 인간과 슈퍼 휴먼 중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했소. 그러나 그는 그것이 잘못된 구분이라는 걸 간파했소. 그리고 참으로 중요한 마지막 결정을 내린 것이오...그는 생명을 선택했소...그대들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다시 한 번 하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캡틴 마블의 망또를 두 손에 들고 슈퍼맨은 이렇게 말합니다. 최후의 전쟁은 이렇게 끝이나고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평화를 되찾습니다. 스펙터는 두건을 벗으며 노먼 멕케이에게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자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야' DC 코믹스의 세계에는 'CRISIS(위기)'가 많습니다. 오죽하면 이벤트의 이름도 '위기'라고 짓고. 그 위기의 순간을 매번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갑니다.

 

노먼 멕케이는 이렇게 해석을 합니다. '꿈이 늘 예언은 아니다. 미래는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해석의 여지가 크다. 희망은...두려움에서 솟아날 때에 가장 밝게 빛난다....'

 

신에게 구속의 계획이 있다면...세상은 그들앞에 매번 닥치는 '크라이시스'의 순간들을 극복하고 조금씩 더 완벽한 미래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시민운동의 역사가 이런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최대의 경제위기' '최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 싸움에도 언젠가 끝이 있을 겁니다. 킹덤컴은 이 싸움을 견뎌내고 나면, 그것이 다 끝나면 그 뒤에는 더 나은 세계가 열린다 요한 계시록의 메시지를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정말 멋진 만화 아닙니까. 마틴 루터 킹의 명언이 있습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  그가 말한 꿈은 막연히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가 있고 간절함이 있는 갈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시대'가 열린 것이라는 것을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립니다. 그것은 이전의 낡은 시대가 끝나고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왕국의 도래. 킹덤 컴(Kingdom Come!) 그것이 바로 '종말'인 것입니다.

 

킹덤컴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종말은 우리에게 달린 부분이 아니지만, 캡틴 마블이 그러했듯이 그 속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를 선택하는가는 우리 인간의 몫입니다. 알란 무어의 '왓치맨'이 위대한 작품인 것도 이 때문이고, 마크 웨이드와 알렉스 로스의 '킹덤 컴'이 위대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끝)

 

[샤잠! 샤잠! 샤잠!]

 

 

 

[부록]

 

킹덤컴에 '로어셰크'가 등장하는거 혹시 아시나요?

 

[보이십니까?]

 

[이번엔 아예 중절모 히어로끼리 단체촬영. 퀘스천과 함께]

 

[요건 '왓치맨'에 나오는 '홀리스 메이슨'이 쓴 'Under the Hood' 가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군요!]

 

 

 

'킹덤컴'은 1996년에 나온 작품이고

거의 10년이 지나 최근에 와서야 Earth-22가 메인 스토리라인에 엮여 들어갔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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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오

    2009/03/11 16:51 [수정/삭제] [답글]

    초인이 현실에 나타나면 세상이 재밌어질듯

  2. 세포

    2009/03/12 02:56 [수정/삭제] [답글]

    음...? 겉표지에서 뱃맨과 싸우고 있는건 호크걸이 아니라 원더우먼인데영 ㅇㅇ

  3. 아쿠리

    2009/03/16 13:23 [수정/삭제] [답글]

    고수들이 많으신듯.. 볼거리 감사

  4. lcctets

    2009/03/17 20:47 [수정/삭제] [답글]

    킹덤컴은 영문판으로 봐서 내용을 잘몰랐었는데...설명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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