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 슈퍼맨 포 투모로우

Posted at 2009/05/20 13:54 // in DC 슈퍼히어로/그래픽노블 리뷰 // by 부머

[슈퍼맨 포 투모로우 중의 한 장면]

위의 장면은 슈퍼맨 포 투모로우 중의 한 장면입니다. 석기시대도 아닌데. 사람들이 돌맹이와 바위를 집어던지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의 사내는 동맹이에 얼굴을 맞았는지 허리를 굽힌 채로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습니다. 왼족의 사내는 이를 악다문채 마치 상대를 씹어먹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 나온 등장인물들은 모두 살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슈퍼맨은 내전 중인 한 국가를 찾아갑니다. 아직 펜도 쥐어본 적이 없는 듯한 꼬마가 총을 들고 있는 전쟁의 현장. 슈퍼맨은 그들의 손에 쥐어진 무기를 모두 빼앗아 녹여버립니다. 싸움의 도구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순간 멍하게 서로를 바라만 봅니다. 이제 이 사람들은 전쟁을 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착각이었습니다. 한 꼬마가 바닥에서 돌맹이를 집어들어 던지기 시작하자. 사그라들었던 살기의 불꽃이 다시 사람들의 눈동자에서 이글이글 타오릅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성경 야고보서 4장에 보면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부터 다툼이 어디로부터 나느냐.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부터 나는 것이 아니냐. 희는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며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므로 다투고 싸우는도다. 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 (1-3절)

이 이야기의 첫부분에는 두명의 메시아가 등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명은 슈퍼맨이구요. 다른 한 명은 이쿠스(또는 녹스장군)입니다. 슈퍼맨과 녹스의 차이는 한가지입니다. 슈퍼맨은 아무리 타락한 세계. 타락한 인간이라고 할 지라도 거기에 대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지구는 '진실, 정의, 미국적 방식'이 통하는 세계만이 아니라, 수많은 결점과 흠을 가진 지구입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슈퍼맨의 그런 모습이 지나치게 이상에 젖어있는 듯이 보이고 융통성 없어 보입니다. 슈퍼맨이라는 인물이 가진 박애의 사랑.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팬텀존'이라는 것의 처음 개념은 범죄자를 추방하고 격리시켜버리는 '유배의 장소'라기 보다는 '교화의 장소'의 성향이 더 강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팬텀존이라는 이름이 아니었고. 지금처럼 다른 차원도 아니었는데요. 처음에 크립톤인들은 범죄자들을 캡슐에 태워서 자신들의 행성 위에 인공위성처럼 쏘아올렸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도 인권 문제를 따진다고 치면 끝도 없겠지만, 어쨌든 이 과정에서 범죄자들은 본래의 선한 성정을 되찾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훗날 이와같은 교화의 도구를 좀 더 발전시켜 다른 차원의 세계로서 '팬텀존'이 도입이 된 것이라 합니다.



[녹스는 압제자가 쌓아올린 시체더미 위에 압제자의 시신을 쌓아올리며 '낙원'을 얻으려 합니다]


[슈퍼맨은 조드에게 손을 내밀고. 조드는 슈퍼맨의 손을 거절하며 지옥으로 떨어져갑니다. 참으로 슈퍼맨은 편한 존재입니다. 누구라도 도움을 구하기만 하면 도와주려고 하니까요. 슈퍼맨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인간의 기도에 응답할 순 없지만. 그것을 거절하는 법은 없습니다. 구하지 않아도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슈퍼맨이니까요.]

슈퍼빌런들이 세상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적혀 있군요. '구하여도 받지 못하는 것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다'. 


배니싱이 왜 일어났는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배니싱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안개같은 존재인 인간. 

성경의 각 장에는 일정한 단락별로 소제목이 붙어있습니다. 붙어있지 않은 책도 있지마는 제가 갖고 있는 책에는 4장 후반 단락에 이런 소제목이 붙어 있더군요. 'Boasting About Tomorrow(내일 일을 자랑한다는 것)'.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

내일을 위해 슈퍼맨은 고독의 요새를 다시 지어올립니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많은 내일이 남아있고, 한가지 숙제도 남아있습니다. 무엇을 구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내일을 준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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