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 中 테르미도르와 프랑스 혁명 이야기
프랑스 혁명, 로베스피에르의 최후를 다룬 샌드맨 테르미도르
왼쪽은 연단에서 연설하는 생주스트
오른쪽은 체포당하는 로베스피에르.
테르미도르는 프랑스 혁명력 중 '열월'을 가리킵니다. 프랑스 혁명력의 기원이나 그 특징등에 관해서는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많은데요. 특히 이 혁명력은 단지 날짜를 1일 2일 식으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날짜 하나하나에 서로다른 이름을 붙여줬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본삼세님의 블로그에 자세한 내용이 있으니 참조하시면 될 듯 합니다. (http://blog.naver.com/hallrain/10039919757)
먼저 프랑스 혁명. 특히 국민공회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먼저 요즘 신문에서도 흔하게 볼수 있습니다만.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좌우대립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1792년 9월 21에 프랑스 국민공회가 성립이 됩니다. 오랜 세월 프랑스를 지탱해오던 왕정이 실질적으로 폐지되고, 공화정이 채택이 된 날입니다. 좌우를 나눈다고 치면 왕정하에서는 왕당파가 우익이고 시민계급은 좌익이 되는건데. 이 날 이후 좌우 구도가 바뀌게 됩니다. 왕당파는 완전히 힘을 잃었구요. 좌익에 자리하고 있던 지롱드당은 국민공회의 출범과 함께 우익이 되었구요. 새로운 좌익의 자리에는 산악당이 들어섰습니다.
지롱드와 산악당은 국민공회 초기부터 서로 으르렁대는 사이였습니다. 그 이유는 뭐냐하면 똑같이 시민계급을 대표한다고 해도 그 지향하는 바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롱드당은 의회주의를 내세우고, 자유주이 경제, 지방자치 등을 주장하는 브루주아 공화파였습니다. 반면 산악당은 중소시민과 농민을 대표하며 사회민주주의를 수행하려는 급진파였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던 것입니다.
특히 지롱드와 산악당은 국왕 루이 16세의 재판 문제를 놓고 극의 대립을 보였는데요. 지롱드당은 국왕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가는 온건한 입장을 취했으나, 산악당의 주도에 의해 결국 루이 16세는 1793년 1월 국가에 대한 음모죄로 단두대에서 처형됩니다.
이 때 국왕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국민이여!, 짐은 죄없이 죽는다'
프랑스에서 시민들이 국왕을 처형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유럽 전역의 절대왕정 국가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프랑스 혁명의 여파가 자기 나라로도 몰려올까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죠. 영국, 네델란드, 스페인, 나폴리,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로마 교황까지 대 프랑스 동맹이 결성되어 프랑스를 공격하기 시작했음은 물론이고, 지역에선 왕당파들이 반란까지 일어납니다.
지롱드당은 산악당의 리더였던 로베스피에르, 마라 등에게 완전히 기선을 제압당한 이 상황에서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데요. 12인 위원회를 설립해서 정치범 단속을 이유로 파리코민을 탄압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기들의 발등을 찍게 되는데요. 탄압에 격분한 시민들이 공회를 포위하고 12인 위원회 폐지를 요구했고, 결국 국민군 사령관이 회의장내로 뛰어들어 칼을 빼들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놈도 회의장 밖으로 못나간다고 협박까지 한 결과 지롱드파는 간부 29명이 의석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산악당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롱드도 그렇게 만만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들은 지방으로 잠입해서 자코뱅 타도 음모를 꾸밉니다. 그러면서 왕당파와 손을 잡고 반란을 획책하는데요. 대외전쟁뿐만 아니라 각지의 반란으로 도시들은 물자품귀현상에 몸살을 앓게 됩니다. 식량을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자. 산악당은 토지를 나눠주는 법령을 제정까지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뜻하지 않게 마라가 자택에서 암살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산악당은 위기를 느끼고 '방종한 자유의 폐기'로 정책을 전환합니다.
"유럽 제군주의 전제정치를 타도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자유와 제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럽 국가들이 조직한 반프랑스동맹에 대항하며 대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로베스피에르는 인민의 이름으로 강력한 독재를 실시합니다. 1793년8월이 되었을 때 군사정세는 더 악화되었고, 국경지대의 프랑스군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의 왕당파는 더욱 기승을 부렸습니다. 물자 품귀로 가격은 급등. 시민들 사이에선 매점을 하는 악덕 브루주아 상인들과 귀족을 공격하자는 성토가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리고 9월...
자코뱅당의 좌파 에테르는 혁명의 무제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반혁명 용의자들을 숙청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1년 전 1793년 9월 전국을 공포상태로 몰아넣기 위해서 마라가 선동했던 피의 9월이 재현됩니다.
피의 9월 당시 마라는 '채무에 허덕이는 자들과 범죄자'들을 포섭하여 일당 6프랑과 포도주를 보수로 지급하고 귀족과 성직자들을 학살하도록 선동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1천 2백명 이상이 죽임을 당했다고 하는데요. 93년의 9월에선 그 용의자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귀족, 귀족의 친족들 중 혁명에 열의를 표하지 않은 사람, 혁명에 반대하는 언사를 한 사람, 혁명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확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조리 죽여버릴 수가 있었습니다. 이 때 파리에서만 2천4백명이. 지방에서는 1만4천명이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앙드레 모로아는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밀고가 시민의 의무였고, 단두대는 미덕의 제단이었다'
롤랑 부인은 이렇게 탄식했다고 합니다.
'자유여! 너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가 감행되고 있는가...'
바로 이 시기가 1794년 가을까지 이어진 '공포정치시대'라고 합니다. 반혁명분자라는 이름으로 지롱드의 명사들은 모조리 처형되었고, 마리 앙트와네트는 물론 롤랑부인도 처형되었습니다. 이 기간을 통해서 국내의 왕당파 반란은 소탕되었고, 대외전쟁에서도 프랑스의 반격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산악당 내에서 다시 3개파의 당쟁이 이어졌는데요. 좌익 에베르파, 우익 당통파, 그리고 로베스피에르파의 싸움이었습니다. 94년 3월과 4월 에베르파와 당통파를 연이어 숙청한 후 로베스피에르는 정권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만, 그 기간은 3개월밖에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샌드맨 테르미도르는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1794년 7월24일 테르미도르(열월:熱月) 6일부터의 이야기로 시작이 됩니다. 이로부터 3일 뒤인 열월 9일 로베스피에르는 반대파들에 의해 끌어내려집니다. 그래픽 노블에 묘사된 그대로 생주스트는 국민공회에서 연설을 했고, 뒤이어 로베스피에르는 연단으로 뛰어오르려다가 '폭군은 물러가라!'는 말을 듣고 끌려내려왔습니다. 로베스피에르와 생주스트는 체포되었고, 끌려가던 도중 한 경관이 권총을 발사해서 로베스피에르의 턱을 부셨습니다. 다음날 로베스피에르는 그 일당들과 함께 단두대에 올랐고 군중은 환호했습니다. '폭군아 죽어라. 공화국만세!'
아이러니한 것은 이 군중은 로베스피에르에게 희생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매도했던 바로 그들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공포정치의 적극적인 동조자였던 자들은 로베스피에르를 죽이고 공포정치의 반대자로서 환영을 받기 시작했고, 불과 며칠 전만해도 로베스피에르 앞에서 입도 열지 못하던 자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남을 고발했던 자들은 이번에는 역으로 고발당했고, 이전에 사형을 집행하던 자들은 이제 사형집행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귀족이나 왕당파의 주도가 아니었습니다. 혁명을 주도했던 시민들이 이번에도 그 주도에 있었습니다.
이 이후 브르주아층은 다시 득세하고, 상업시민은 자유를 되찾았으며, 공화주의자들은 여전히 정권을 장악했고, 왕당파와 무산층은 계속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799년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이 나타나서 쿠데타로 정부를 쓰러뜨리고 집정정부를 수립 군사독재를 확립합니다. 그로서 프랑스 혁명이 막을 내렸습니다.
테르미도르와 함께 보기에 좋은 작품으로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가 있습니다.
샌드맨에 그려진 로베스피에르와 생주스트는 실제 모습과도 아주 닮게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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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6:56 [수정/삭제] [답글]
테르미도르는 너무 어려웠는데, 부머님 덕분에 기본지식이 쌓여 더 쉽게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아, 그 장면이 이런 뜻이었구나!" 하며 기뻐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2009/05/26 10:19 [수정/삭제] [답글]
오오오~ 부머님 대단하십니다. 감사..
2009/05/26 10:22 [수정/삭제] [답글]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시민 혁명이 일어날수 있을까요? 혹,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는 기득권의 수탈이 심각해질때 지식인들이 배신행위를 하고 그런 행위들이 극에 달할때 혁명이 태동했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은 역사안에서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부머님 덕분에 생각해봅니다.
2012/01/10 23:14 [수정/삭제] [답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2012/01/13 09:47 [수정/삭제] [답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도 못 한다